티스토리 뷰

운좋게 ANA 일등석을 타게 되었다! 또 타볼일이 있을까 싶어서 기억이 생생할 때 얼른 후기를 적어본다. 살면서 비즈니스도 탄적이 없는데 어쩌다 보니 일등석을 먼저 타게 되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비즈니스랑 일등석이 다른 것인줄도 몰랐다 ㅎ

먼저 어쩌다? 타게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적어보면, 부모님 미국 방문하실 때 대한항공 표 사려고 미리 아멕스 MR -> VS (버진애틀랜틱) 으로 전환해둔 적이 있는데 그때는 원하는 날짜에 표가 없어서 못썼던 것 같다. 그래서 버진 마일리지를 어쩔까 하다가, 이걸로 ANA 일등석 타는게 정배라길래 roame.travel 이라는 마일리지 좌석 메일링 사이트를 구독해두었다. 그 후 자리가 생겼다는 메일이 오자마자 냅다 버진애틀랜틱 고객센터에 전화해 유선으로 발권을 진행했고 편도 발권에 72,500 포인트에 $230 정도 들었다. 그 말인즉슨 일정도 내가 여행가고 싶은 날짜로 고른게 아니고, 그냥 마일리지 발권 가능 좌석이 있는 날짜에 돌아오는 표만 구한 셈이다. 덕분에 겸사겸사 일본 여행도 하게 되었으니 잘 된 일이 아닐까?

돌아오는 편도 티켓만 얻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도쿄로 가는 표도 예매해야 됐는데, 갈 때는 싸게 ZIPAIR SFO->NRT 로 예매했다. 갈 때는 기내식도 안주고 짐도 추가 요금내야 부쳐주는 저비용 항공사를 탔다가 올 때는 풀서비스캐리어 일등석을 타는 신분 상승 서사가 있는 여행이 된 셈. 참고로 갈 때 집에어도 단단히 대비를 해서 그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물 좀 넉넉히 챙기고, 기내식 대체할 수 있는 잘 상하지 않는 간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출발 당일 아침 파머스마켓에서 크로아상이랑 퀸아망 같은걸 좀 챙겨탔다. 근데 신라면 컵라면이 별로 안비쌌어서, 과자 적당히 들고 컵라면 한번 먹으면 됐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4박 5일의 도쿄 여행을 잘 마치고 나서 다시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작년 8월에 도쿄 갔을 때는 비가 하도 와서 신발도 젖고 힘들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다 합쳐서 10분 정도의 이슬비만 맞고 꽤나 화창한 (그러나 여전히 습한) 날씨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귀국일 밤에는 비가 100mm 씩 왔다고 한다. 엄청난 회피 능력.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갔는데 처음엔 엄청 화창했던 하늘이 갈수록 시꺼매졌다.

그렇게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뒤 ANA 체크인 카운터로 갔는데, 대면 체크인 안내가 비즈니스/프이코/이코노미 이렇게만 있어서 헤매다가 직원한테 물어보니 어디 먼 곳으로 데려가주셨다. 알고보니 일등석은 체크인 카운터가 다른 클래스랑 달리 아예 라운지 같은거 안쪽에 프라이빗하게 따로 있었다...

이게 라운지가 아니고 체크인 카운터라니!

더욱 놀라운 점은 여기서 부치는 짐을 맡기고 저기 보이는 통로로 들어가면 전용 짐 검사 카운터가 있다는 것. 출국 심사까지 체감상 3분도 안돼서 그냥 저벅 저벅 걸어 면세 구역으로 들어갔다. TSA precheck 이고 Global Entry고 MPC고 뭐고 간에 일등석이 제일이다... 체크인 스태프가 알려준대로 ANA 스위트 라운지로 향했다. 일반 ANA 라운지 (비즈니스 석 용?) 랑 건물은 같은데 왼쪽으로 가면 일반 라운지, 오른쪽으로 가면 스위트 라운지인 듯 하다. 그럼 당당하게 그냥 오른쪽으로 가면 스위트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건가? 라는 못된 생각이 들었지만 재입장 할 때도 티켓 검사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아 그런건 불가능해보였다.

오후 1시반쯤 라운지에 도착하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최대한 촌티가 나지 않게 구경하느라 애먹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 일등석 탑승 후기에는 무슨 전담 직원이 와서 이것저것 추천도 해주고 관리도 해주고 한다고 해서 약간 긴장했는데, 그런건 없고 그냥 내가 앉은 자리에 물수건 하나 배달해주고 그 외 일절 상호작용이 없었다. 그냥 다른 라운지랑 비슷하게 음식 좀 있고 앉을 곳 좀 있고 이런 식이어서 아예 공간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핑거푸드랑 술이 좀 더 많고 좋은 정도?

음식 주문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며 마시기 위해 매실주를 먼저 조금 가져왔는데 적당히 은은하게만 달아서 꽤나 맛있었다 (아시안식 칭찬 ㅋㅋ). 비싼 술 중 향은 단데 맛은 달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첨언하자면 얘는 맛이 은은하게 달았다. 사진에서 붉은 매화 문양 있는 검은색 보틀이 그 우메슈였는데, 찾아보니 Kurahachi Umeshu (蔵八梅酒) 인 것 같고 별로 비싼 술은 아닌듯 하다.

식사는 자리마다 QR 코드가 있고 그걸로 주문할 수도 있어보였는데, 나는 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대면으로 하는게 편해서 Noodle Bar 라고 되어 있는 곳을 가서 메뉴판 보고 직접 주문했다. 참고로 가져오는것과 식기반납 모두 셀프였다. 

소바, 카레, 햄버거, 규동 등등이 있었는데 내가 메뉴판을 보며 고심하고 있자 조리사? 분께서 도와주셨다. 물론 일본어로... 대충 눈치껏 이거 이거가 제일 인기 메뉴다! 라고 설명해주셨고 내가 학부 교양 과목 하나에서 배운 짧은 일본어로 이거 양 많아요? 라고 하니까 양 별로 안많다고 다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셔서 용기 있게 스시와 홍합술찜을 시켰다. 실제로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그나저나 여기서 도와주신 조리사분이 일등석 여정 전체를 통틀어 가장 친절하셨다.

놀랍게도 4박 5일동안  스시, 카이센동, 규동, 라멘 이 모든걸 한번도 먹은 적이 없는데 여기서 채우고 가게 되어 재밌었다. 스시는 참치나 연어는 그냥 그랬고, 가리비는 괜찮은 정도였는데 의외로 연어알이 꽤 맛있었다. 연어알 군함을 맛있다고 느낀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그리고 홍합도 식감이 약간 냉동했다가 해동된 것 같이 좀 푸석하긴 했는데, 그걸 감안해도 맛이 괜찮았다. 다만 국물은 시원한 조갯국물일줄 알았는데 엄청 짜서 마실 수 없었다 ㅜㅜ.

이 날 아침은 안먹고 긴자에서 파르페 하나만 먹고 간 상태라 그런지 스시랑 홍합을 다 먹고도 뭔가를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ㅋㅋㅋ 누들바로 다시 갔다. 멋쩍게 인사하니까 아까 그 분께서 엄청 반겨주셨다. 이번에는 카레랑 규동 중에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리사분께서 원하면 절반 사이즈로 둘 다 줄 수도 있다고 하셔서 그렇게 부탁드렸다. 카시스 리큐르랑 오렌지 주스도 있길래 같이 마시려고 카시스 오렌지를 만들었는데, 첨해봐서 그런지 색이 영 별로였다.

카레도 치킨카레, 논-알러젠 카레, 비프카레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나는 가장 기본으로 보이는 치킨 카레로 선택했다. 카레 맛은 특별할 거 없이 아아아주 약간 매운 느낌만 있었고, 그 재팬마켓에 파는 카레 블럭으로 카레 만들면 그냥 이 맛이 날 것 같다. 규동도 고기가 야들야들하니 괜찮았는데 엄청나지는 않았다. 위에 올려져 있는게 전부 양파인줄 알았는데 몇몇은 당면이어서 좀 당황스럽긴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 분식 정도의 만족도?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하다.

두번째 밥을 먹고는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 부스가 10개나 된다는데 왜 줄을 서서 써야할만큼 사람이 많은가 의문이었는데, 샤워부스가 라운지 밖에 따로 있는걸 보니 아까 봤던 일반 라운지랑 샤워 부스를 공유해서 그런 것 같다.

시설은 예전에 JFK에서 돈내고 썼던 곳과 비슷했는데, 더 좋았던 점은 거대 서큘레이터가 있어서 샤워 후 몸을 좀 말리고 나갈 수 있었다는거? 또 좋았던 점이 수건이 비닐 안에 곱게 포장돼있어서 위생적으로 느껴졌다.

시간 제한 안내를 안받아서 여유롭게 있다 나왔는데 찾아보니까 30분이라는듯 하다. 40분 정도 쓴 것 같은데 별다른 얘기를 듣지는 않았다. 씻고 오니까 라운지에 사람이 엄청 많아져서 당황스러웠다... 이게 다 일등석 승객이라고? 그러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서 면세구역으로 다시 나가서 좀 구경하다 비행기를 타러 갔다.

(2편에 계속)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