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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이 너무 심심해서 7월에는 의식적으로 밖에서 놀러다닐만한걸 많이 찾아봤다.

먼저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어서 곳곳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작년에는 혹시 사람들 몰려 있는 곳을 가면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걱정에 안 갔고 대신 밤에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양 옆으로 불꽃이 올라오는 것만 봤는데, 1년 반쯤 살아보니까 기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는 사는 곳 근처로 구경을 갔다. 대부분 City 단위마다 행사를 진행하더라.

혹시 주차 자리나 구경할 자리가 없을까 싶어서 좀 일찍 갔는데, 그냥 불꽃놀이 시작 20~30분 전에 도착하게 출발했어도 충분히 잘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폭죽 쏘기 전에는 한동안 로컬 밴드가 공연하고 있고, 사람들은 옆에 있는 푸드 트럭에서 간식 같은걸 사와서 돗자리나 캠핑 의자에서 먹으면서 그냥 수다 떠는 분위기였다.

불꽃은 예쁘기는 한데 서울에서 각잡고 쏘는 그런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또 생각보다 낮은 곳에서 터지는 느낌?

진짜 낮다

 


그 다음엔 공짜 티켓이 생겨서 샌프란에 있는 오라클 파크를 처음 가봤다. 미국은 보통 여름동안 대학원생들이 기업으로 인턴을 많이 오고, 인턴들을 위해서 소셜 이벤트도 많이들 진행하는데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인턴들데리고 샌프란시스코 맛집 탐방도 가고 방탈출도 하고 그러던데 야구 관람은 표가 남는지 인턴을 지도하는 멘토들에게도 티켓을 나눠줬다. 사실 미국 온 직후에 회사에서 단체로 체이스 센터에 농구 경기 보러가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그때는 뭔가 미국? 사람 많은 곳은 위험한거 아니야?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안갔다.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티켓이 비싼 회사 이벤트가 열리지 않았다...

아무튼 받은 표는 가장 싼 표에 최외곽 지역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굉장히 잘 보였다.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아닌지도 얼추 알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감이었다. 한국이랑 가장 달랐던 점은 응원가가 너무 단순하다는 점... 한국에선 분명 선수별로 응원가가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렛츠! 고! 자이언츠! 짝 짝 짝짝짝 원패턴으로만 있어서 신이 덜났다 ㅋㅋ.

티켓 말고 경기장안에 파는 음식을 살 수 있는 바우처도 함께 받았는데, 맥주 한잔이 15달러 안팎인데다 맛도 없어서 슬펐다. 술맛을 엄청 가리는 편은 아닌데도 (테라랑 클라우드 맛있다고 생각함) 맥주가 너무너무 맛없어서 슬펐다. 경기 적당히보다 날씨도 살살 춥고 해서 같이온 회사 동료들과 함께 샌프란에 사는 사람 집에 가서 술먹고 돌아왔다. 

얻어 먹은 뽈뽀. 스페인에서 먹은거에 안꿇리는 맛이라 신기했다; 이게 코스트코 문어라고?

그래도 티켓은 생각보다 싸서 가끔 샌프란 구경가는 겸 놀러가면 좋을 것 같다. 근데 찾아보니까 SF 자이언츠는 좀 약팀인가보더라..? 돌아오는 길은 밤길이라 좀 무서울까 싶었는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어서 괜찮은 분위기였다. 어차피 진짜 무서운 텐더로인쪽으로 간 것도 아니고.


츄는 원래 잘 알던건 아니고 뭔가 소속사랑 분쟁이 있었다 정도의 얘기만 들어봤었는데, 갑자기 인스타 광고에 츄 샌프란 공연 홍보가 떠서 별 생각 없이 티켓을 사버렸다. 애초에 이 동네에 한국 가수 공연이 오는 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요아소비나 아이유 콘서트보다는 훨씬 부담없는 가격이라 일단 사고 생각했다. 또 츄가 리메이크한 일과이분의일 도 예전에 엄청 자주 들어서 혹시 들을 수 있나? 라는 기대도 살짝했다.

맞춤법을 잘 못맞추는 유튜브 뮤직 ㅠ

콘서트장은 Palace of fine arts 였는데, 사실 여기에 뭔가 공연장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처음 알았다. 대부분 예쁜 사진 찍고 앉아서 힐링하러 오는 곳이지 뭔가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못해봤다; 공연장 규모도 별로 안커서 거의 소극장콘 같은 느낌. 요아소비 때와는 다르게 관객들 중 아시안 비율이 좀 더 낮고 연령대도 10대 후반 ~ 20대 초반이 많았다.

콘서트 시작하니까 각자 좌석에 앉아 있는게 아니고 1,2,3 열로 몰려가서 서서 보더라; 사람이 적기도 하고 만석이 아니기도 해서 제재할 이유도 마음도 없어보였다. 심지어 전문 장비가 아니면 촬영/녹화도 가능해서 (근데 이건 이때까지 내가 간 미국 콘서트는 대부분 이랬다) 다들 앞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공연 자체는 재밌었다. 통역이 약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는데, 1열에 있던 한국인 관객이 몇번 도와주기도 했다.

이런 느낌?

공연 다 끝나고 나와 보니 야경이 예뻤다. 밤에 팰리스 오브 파인아츠에 있어본 적은 없는데, 달 떠 있는 상태에서 보니까 밝을 때랑은 또 다른 분위기라 좋았다.


2024년 새해 목표 중 하나가 5km 를 30분 안에 뛰는 것이라 달리기 연습을 몇번 하고 있었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 마라톤에 5km / 10km / 하프 / 풀 마라톤 이렇게 여러 목표거리로 참가할 수 있길래 바로 등록했다. 나말고 회사 사람들은 10km 로 참가하는 분도 있고 아예 풀로 뛰는 분도 계셨다. 행사전까지 연습한 최고 기록은 2마일(=약 3.2km)을 17분 51초에 뛴 것. 갑자기 근본없는 단위가 나온 이유는 헬스장 트레드밀이 근본 없는 단위를 쓰기 때문이다 ㅜ km로 바꿀 수 있긴 한데 마일로 하면 뭔가 덜 힘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km 로 하면 5회를 채워야 하는데 마일로 하면 3회만 채워도 된다니! 대단해! 이 페이스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5km 는 27~28분 정도로 달릴 수 있다. 물론 유지 못하지만...

런닝 행사는 처음 참여해보는데 기록을 어떻게 재나 했더니 배번호(bib)라고 부르는 그 배에 다는 번호표에 인식칩이 있어서 자동으로 측정되는거였다. 당일 현장 수령이나 택배 수령이 안되고 전날이나 전전날에 샌프란에 가서 직접 수령해야 한대서 금요일에 그냥 낮에 샌프란 오피스 가서 일하다 오후에 다같이 픽업해왔다.

출발 시각이 오전 9시 근처라 너무 이른 시각이다 슬프다 이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풀마라톤은 아예 새벽에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아마 해 뜬 뒤 달리면 너무 더워서 그런가보다. 샌프란이라 약간 쌀쌀할까 싶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런닝은 평소보다 오히려 못한 느낌이었다. 런닝머신에서 뛰는거랑 다르게 남은 시간 보기도 애매하고 속도도 내가 맞춰 뛰어야 되는거라 생각보다 페이스 조절이 힘들었다. 혹시 페이스 메이커 같은게 있나 했는데 5km 달리기에 있을리가... 5km는 대회가 아니고 행사인게 원하면 강아지를 데려와서 같이 뛸 수도 있었다. 심지어 유모차를 밀면서 뛰는 사람들도 봤다. 그래서 결론은 5km 에 32분 24초. 끝나고 나서 힘이 꽤 남아 있어서 더 아쉽다.

완주 메달. 의외로 3마일이 아니고 5km라서 신기하다.풀 마라톤은 26 (42km 가 대충 26마일) 이라고 적어놔서 처음에 26이 뭐지? 라고 헷갈렸다

행사장 주변에는 스폰서 부스나 포토존 같은게 있었다. 산토리 알콜 프리 맥주는 디자인은 엄청 이쁜데 맛은 엄청 없더라? 완전 쓴맛 났다. 하이트 제로가 더 맛있는듯 ㅋㅋ 페리 빌딩도 처음 들어가봤는데 생각보다 아기자기하니 이뻤다.

산토리 무알콜 맥주 홍보 부스. 공짜로 나눠주고 있었

번외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런닝 연습은 거의 못하고 있다. 평발이라 뛰어다닌 류의 운동은 일주일에 두번이 한계인데, 테니스만 해도 이미 발이 충분히 아픈 상태이다 ㅜㅜ 그래도 테니스 레슨이 거의 뭐 인터벌 트레이닝하는 느낌인데 런닝 기록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 중이다. 연말에 비오기 시작하면 아마 테니스도 치기 힘들어질텐데 그때 다시 런닝머신으로 돌아갈까싶다. 왠지 달리기 연습을 더 할게 아니고 더 좋은 평발 깔창과 체중 감량을 하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포토존 ㅎ

생각해보니 5km 달리기를 처음 해본건 아니고 2018년에 롤드컵 결승 한국에서 했을 때 뭔가 이벤트로 참가했던 것 같다. 근데 그때는 설렁설렁 뛰다 걷다 했던거 같은데... 몇분 걸렸는지 찾아봤는데 나온건 큐베 선수랑 같이 찍은 셀카밖에 없었다.


7월의 마지막은 대망의 아이유 오클랜드 콘서트!!!! 아이유를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중학생 때쯤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가 마음에 들어 가수를 찾아보면 계속 아이유가 나와서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아마 그때 들었던 곡중 하나가 성시경이랑 듀엣을 했던 그대네요 였나? 나중에 입시 준비할 때도 아이유 2집 라스트판타지를 계속 반복재생했던 기억도 난다.

아이유콘은 회사에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났는데, 티켓마스터 예매 오픈 시간에 맞춰 다같이 로비에 쪼로록 모여 . 다행히 점심시간 쯤에 티켓 오픈이라 미팅 중이어서 구매하지 못하는 그런 슬픈 일은 없었다 (근데 우리 매니저님은 미팅이 있어 못하셨다 저런). 문제는 가격이었는데, 일단 좌석 위치별 가격도 한국과 달리 자릿수가 달라질 정도로 차이가 심했고, 듣기로는 현재 접속자 수에 따라 dynamic pricing 도 한다고 들었는데 대기열이 몇만명이나 됐으니... 맨 앞열은 천달러가 넘어가는 것까지도 봤다. 나는 600 달러짜리가 보이길래 패닉바잉을 했는데, 그 뒤로는 그냥 공식사이트 좌석이 안나와서 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회사 사람들은 대부분 공식사이트에서는 못구했는데, 그 직후 리셀 사이트 (stubhub 이나 seatgeek 같은거)에 좌르륵 올라오고 가격도 별로 차이가 안나서 다들 거기서 샀다고 한다. 미국 티켓 리셀좀 금지시켰으면 좋겠다..

대망의 콘서트 당일, 콘서트장 주차장은 너무 비싸서 근처 바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같이 바트를 타고 공연장까지 갔다. 오클랜드는 치안이 꽤 안좋다고 들어서 주차할 곳을 주의해서 골라야 했다. 내가 고른건 아니고 태워주신 회사 분께서 열심히 찾으셨다. 공연장 밖에서 굿즈를 팔고 있긴 했는데, 너무 땡볕인데다 마음에 드는 것도 없고 제일 중요한건 공연장 안에서도 팔고 있었기 때문에 패스하고 입장.

야외 굿즈 판매 트럭과 대기줄

공연장 안에선 간단한 음료 같은걸 팔고 있었는데 몇시간씩 있을 생각에 생수도 패닉 바잉했다. 생수 정도는 들여보내 주면 좋을텐데 ㅜㅜ 엄청 비싸게 팔고 있었다.

공연장 내부. 생수가 10달러 넘었던 것 같다.

콘서트야 명불허전으로 정말 좋았다. 생각나는 점이 크게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주변 관객들이 한국인이 별로 없었다 + 응원법이 스크린에 발음까지 뜨는데도 전혀 하지 않았다 라는 점.

이렇게 노래 가사도 띄워주고, 호응하는 부분은 보라색으로 색칠도 해줬다

다른 하나는 아이유가 영어를 엄청 능숙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동네 이름도 Bay area 라고 정확하게 지칭하고 멘트도 꽤나 길게 영어로 하고 발음도 굉장히 부드러웠다. 보통 외국어를 하면 모국어를 할 때랑 목소리 톤이 달라졌던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이 평소 나오는 약간 저음으로 영어 구사하는걸 듣고 있으니까 솔직히 좀 멋있었다. 관객 호응 유도 멘트 중 하나에 대충 너희들 Legendary 다~ 라고 한 게 있었는데 이거 발성이 너무 맛깔나서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있다;; 그래도 한국어 멘트 비중이 훨씬 높았는데, 아이유가 한국어로 멘트하면 한국 관객들이 한번 리액션 하고 그걸 통역이 영어로 말해주고 나면 다른 관객들이 한번 더 리액션하는게 반복됐었다.

600달러짜리 뷰

한국에서도 아이유 콘서트는 몇번 갔었지만 여러 일이 있어 앵앵콜을 길게 즐길 수 있었던 기회가 적은 편이었는데, 다행히 북미 투어에서도 앵앵콜은 있었다. 너네 앵앵콜 있는거 다 알지? 소문 어차피 다 났잖아 라고 아이유가 (영어로) 농담할 정도 ㅎㅎ. 여기도 한국이랑 다른 점이 있었는데, 여기는 앵앵콜 요청할 때 정정당당하게 목소리 크기로 승부하는게 아니고 미리 스케치북 같은데 써와서 들고 흔들어도 되더라?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비밀 써올걸이라고 꽤나 후회했다. 드림하이가 해외에서 인기가 많았는지 Someday 불러달라는 사람이 엄청 많았고, 또 재밌는게 아이유가 몇개 후보를 뽑아서 곡 이름 말했을 때 호응이 제일 큰걸 불러주는 투표도 했다 ㅋㅋㅋ

R을 둘다 틀린 Rain Drop 요청 ㅋㅋ

전반적으로 600달러가 아깝...지....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한국에서는 20만원 언더로 플로어도 잘 앉았었지만 여긴 미국이니까 ㅜ.ㅜ 그래도 정말 좋았다 역시 아이유 최고. Love wins all 을 라이브로는 처음 들었는데, 솔직하게 음원으로만 들었을 땐 기존 대곡 시리즈보다 썩 취향은 아니었지만 라이브를 듣고 평가가 완전히 바뀌었다. 앵앵콜 때 좋은날 불러달라는 사람도 많았는데 음 그거 은퇴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각잡고 해줘서 또 놀라웠다. 아 하나 더 인상깊었던게 중간에 다같이 밤편지를 합창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들 박자를 엄청 못맞추고 있는데 저어기 뒤쪽 좌석들에 한국인들이 모여 있었는지 거기서부터 박자 잘 맞추는 떼창이 들려와 중심을 잡아줬다 ㅋㅋㅋ

빛이유

p.s. 앞서 언급했지만 2집 앨범, 그 중에서도 첫 트랙인 비밀이랑 마지막 트랙인 Last Fantasy 를 참 좋아하고, Last Fantasy 는 너무 좋아해서 고등학교 기숙사 기상곡으로도 신청했었다. 주말 아침에는 좀 늦게 일어나게 해줬는데 기숙사동에 울리는 Last Fantasy 를 들으면서 평화롭게 뒹굴거렸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앵앵콜 때 나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이 곡들은 뭔가 앵앵콜에서 가볍게 부르기 아쉽고 각잡고 부르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고 상암 앵콜콘에서 할거라는 썰이 있더라? 우째서....... 내 최애곡.... 비밀... 나도 비밀 좋아하는데...

(실제로 24년 9월 상암에서 불렀다. 하... 나도 한!걸!음!!! 한!마!디!!! 할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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