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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6월에 샀는데 귀찮아서 안쓰다가 해가 바뀌기 전에 후기를 쓰려고 한다.
일단 차 사려고 한국에서 들고 온 돈도 있었고, 타겟 보너스도 달러로! 받았기 때문에 맨 처음 생각한 예산은 4만달러였다. 신용점수를 쌓으려면 파이낸싱을 하라고도 하던데, 굳이 이자를 더 내면서 신용점수를 쌓을만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모기지를 할 것도 아니구.. 어쨌든 사고 싶었던 후보가 볼보 XC40/60, 제네시스 GV70, 아니면 투싼/스포티지/싼타페/쏘렌토 이정도였는데 한국 기준 GV70 깡통이 5천만원이랬으니 4만 달러면 살 수 있겠지? 라는 안일한 예산 책정이었다. 당연하지만 집 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종 예산은 4만 달러를 훌쩍 넘겼다 😢.집 구할 때는 3천달러로 구할거라고 하다가 결국 할인 다 적용해서 월세 3500 달러인 곳을 살고 있다. 10주 할인 프로모션이었는데 프로모션 끝난 요즘 다달이 빠져 나가는 돈은 관리비/수도/인터넷 합쳐서 4500 달러... 전기/가스비 합치면 월 4600 달러... 적고 나니까 내년에는 좀 더 싼 곳을 찾아 이사가야겠다.
주변 사람들보면 carmax 같은데서 중고로도 많이 사던데, 차랑 안친해서 중고차를 잘 보는 눈도 없을 것 같고 미국 적응하기 전에 고장나거나 하면 너무 막막할 것 같아서 신차 위주로 알아봤다. 사실 주행거리 얼마 안된 중고차도 같이 찾아봤었는데, 그런건 그냥 신차랑 가격이 거의 같더라. 한가지 신기한 점은 한국에서는 신차를 살거면 내가 원하는 옵션을 하나씩 고른 다음에 출고를 기다렸던거 같은데, 여기는 딜러십 주차장에 신차가 쌓여있고 내가 거길 가서 흥정(!) 해서 업어오는 방식이었다. 돈만 내면 그날 바로 몰고 갈 수 있지만, 마이너한 브랜드거나 인기 있는 색상&트림 조합의 경우 재고가 없을 확률이 높다. 이미 있는 차 중에 골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확히 내가 원하는 옵션만 고르기는 힘들고, 그마저도 트림 단위로만 묶여 있어서 인기 옵션만 고르기는 불가능해보였다.
또 헷갈렸던 차량 구입 순서. 한국에서 신차 구입을 안해봐서 똑같은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는 일단 자동차 보험을 들어야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보험을 들려면 VIN number 라는 차량별 시리얼 번호 같은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게 대체 뭔 소린가 싶었는데, 실제로는 보험 견적을 미리 내보기 & 보험 심사 시작 -> 차량 구매 직전에 보험 가입 -> 보험이 활성화되면 차량 구매 후 가져가기 이런 느낌이었다. 그렇다, 보험 가입도 바로 되는 것이 아니고 심사를 거쳐야 가입되는데, 이게 메이저한 보험사는 오래 걸리고 신규 가입자면 또 오래 걸린다. 보험 에이전시 따라서도 걸린다는 심사 기간이 길어서 고생했다.
실제로 진행된 보험 가입 순서는
- 차종과 트림 정하기, 이 단계에서 정확한 VIN number는 필요하지 않음
- 자동차 보험 신규 가입이 몇주 걸릴 수 있다고 해서 차를 보러 다니기 전에 지인에게 소개 받은 자동차 보험 에이전트(farmers)에 선문의. 원하는 차종 & 트림 중 아무 차의 VIN number 를 (아무 딜러십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음) 가지고 가면 보험 견적(quote)를 받은 다음 보험 가입 심사를 시작할 수 있음. 심사 기간 안에 실제로 구매할 차량의 VIN number 를 가지고 오면 그걸로 업데이트 할 수 있다고 함.
- 근데 심사가 너무 늦어지길래, 딜러십을 통해서 또 다른 보험 에이전트(AAA)를 소개 받음. 이쪽은 훨씬 빠르게 심사가 가능하대서 여기서 가입하기로 함.
이런 식이었다.
그럼 진짜로 살 차는 어떻게 찾고 딜러십에서 흥정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느냐!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본 결과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소비자 권장 가격을 MSRP 라고 부르고 코로나 이전에는 MSRP 보다 더 싸게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 때는 신차 품귀로 다들 MSRP 보다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23년 중순 기준으로 그런 현상이 완화되긴 했지만 완전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는 점, 차량 가격 + 취등록세 + 기타 수수료 총합해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총액을 OTD (out-the-door) price 라고 하고 이걸 기준으로 협상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이제 딜러십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San Bruno에 있는 현대/제네시스 딜러십 (https://www.genesisofsanbruno.com/) 을 예시로 들어보면 이런 식으로 MSRP / VIN number 가 적혀 있고 상세 정보 확인하기를 누르면 옵션 내용이 나온다. 딜러십 홈페이지에 따라 트림을 잘 적어둔 곳도 있고 그냥 개별 옵션 목록만 나열해둔 곳도 있는데, 사실 몇번 보다보면 MSRP만 보고 이게 무슨 트림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외워지게 된다.
하지만 이 돈을 다 내고 살 수는 없고 흥정을 해야 하는데, 역시 가격 흥정에는 카운터 오퍼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나는 차종과 트림을 정한 뒤 마일모아에 여러번 언급된 리스해커라는 사이트에서 North California 지역 제네시스 브로커한테 OTD를 먼저 물어보고, truecar (정확히는 http://amexnetwork.truecar.com/) 라는 견적 비교 사이트에서 견적도 잔뜩 요청했다. 사는 곳은 마운틴뷰인데, 진짜 안되면 LA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차를 끌고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마인드로 샌프란 ~ 산호세 반경 100마일 + LA 부근 딜러십은 다 견적을 뽑아봤다.
제네시스 GV70 Select 트림으로 마음을 정했는데, LA 쪽에 MSRP 대비 OTD를 4천달러 할인해준다는 곳이 가장 좋은 견적이었다. 이제 협상에 쓸 재료가 생겼으니 로컬 딜러십에 연락을 돌려 시승 예약을 하고, 날짜가 되면 시승 후 협상을 진행하면 된다. 첫번째로 간 곳은 처음에는 MSRP 다 받는다고 했던가 거기서 500달러인가 1000달러인가 깎아준다고 말하더니, truecar 견적을 보여주니 견적과 동일한 가격으로 맞춰준다고 했다. 근데 이게 가짜 견적 아니고 실제 어느 딜러십에서 어느 유효 기간으로 가능한 건지 열심히 캐묻던데, 그냥 블러핑하는 거였으면 안먹히는걸까? 어쨌든 난 진짜 받은 견적이기 때문에 수틀리면 LA를 진짜 가겠다는 생각으로 당당한 척 했다 (사실 LA 쪽에서 받은 견적은 트림은 괜찮은데 원하던 색상이 아니어서 그렇게 당당한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내가 원하던 색상 & 트림이 지금 주차장에 있지는 않고 아직 운송중이라길래 그냥 그걸 예약하기로 했다. 따로 보증금(deposit)을 요구하지는 않고, 대신 내 신용조회를 했다. 신용조회는 어느 딜러십을 가든 하는 느낌이었다.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자꾸 extended warranty / prepaid maintenance 를 추가하라고 해서 안한다고 하니까 '내가 진짜 걱정돼서 그래 너 이거 없이 어떻게 차를 몰고 다닌다는거야' 이러길래 좀 헷갈렸다. 근데 어차피 나중에 추가할 수도 있으니 일단 잘 모르겠어서 안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옳은 선택 ㅎ).
근데 마음이 블랙 vs. 화이트 두 색상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하고 있어서, 남는 시간에 구경이나 하지 라는 마인드로 며칠 뒤 다른 제네시스 딜러십을 한군데 더 가봤다. 음 근데 일단 직원들이 친절했고, 딜러십이 훨씬 넓고 재고도 많고 시장 바닥 같지 않아서 첫인상이 좋았다. 첫번째로 간 곳에서 못본 흰색 GV70 실물을 봤더니 훨씬 이뻐 보여서 색상은 흰색으로 확정했는데, 원래 사려던 Select 트림보다 한 트림 높은 Advanced 를 똑같은 할인폭 (MSRP 대비 4k 적게)으로 맞춰준대서 그냥 눈 감고 질러버렸다 으으... 결과적으로 OTD는 54k였다. 재고가 있어서 바로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좋았고, Select 대비 Advanced 는 어라운드뷰가 있다는 점이 자기합리화를 도와주었다. 한국이었으면 그냥 HUD + 360 view 내가 골라서 넣는건데... 참고로 북미 2023 gv70 2.5T 은 전체 트림에서 HUD가 없었다 ㅋㅋ; 3.5T를 가야 있는데 대체...
돈은 은행가서 Cashier's check 로 가져왔다. 보험 서류 가져가고 수표내고 서류 잔뜩 사인하면 끝! 차를 끌고 집으로 오면 된다 ㅎㅎ
이 과정에서 참고했던 글 링크도 남긴다:
- https://umksag.com/bbs/board.php?bo_table=community&wr_id=642
- https://m.blog.naver.com/best_kid/221269313483
- https://peterk.tistory.com/286
사실상 다들 무용담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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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차량 구매 방법과 상관 없는 사담이다.
차종과 트림을 정한 과정: 첫째 둘째 셋째... 암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안전성의 대명사인 볼보 && 타이거우즈와 절벽에서 추락해도 괜찮았던 제네시스 && 그런데 제네시스는 너무 비싸니까 https://www.iihs.org/ratings/top-safety-picks 에서 등급 괜찮은 SUV, 근데 일본차 살바에야 현대 기아로 && 제네시스 할거면 대충 비슷한 급인 벤츠 GLC / BMW X3 / 아우디 Q5 && 세금 감면 혜택 받으면 별로 차이 안나는 테슬라 Model Y 뭐 이런 식의 느낌으로 후보를 뽑았고, 탈락한 순서는
- 테슬라 모델 Y: 도로에 너무 많고 회사 사람들도 너무 많이 타고, 무엇보다 전기차 화재 뉴스가 한참 퍼질 때여서 무서웠다. 사실 몇번 렌트해서 운전해봤을 때 느낌은 괜찮았는데, ML 엔지니어로서 오토파일럿을 켜고 다니진 않을거였고 ㅋㅋㅋㅋ 오토파일럿 안켤거면 테슬라... 해야 되나... 무서운데... 라는 생각으로 제일 먼저 탈락
- BMW X3: 콧구멍 못생겨서 탈락
- 아우디 Q5: 생긴건 괜찮은데 gv70 보다 약간 비싼데 편의 기능이 그만큼 있는지 모르겠다 && 회사 지인 분이 가지고 있어서 왠지 따라 사고 싶지 않았다 라는 소심한 이유로 탈락
- 벤츠 GLC: 일단 2023에 페이스리프트로 확 이뻐졌다고 들었는데, 확 이뻐져서 딜러십에 재고도 없었다. 그런 연유로 구경도 못해보고 탈락.
- 볼보: XC40 작아서 탈락, 60 비싸서 탈락.
- 현기 SUV: 싼타페는 캘리그래피 트림 기준으로 가격과 안전 관련 옵션은 괜찮아 보였는데, 생긴게 영 맘에 안들었다. 3세대 싼타페는 호감인데 4세대의 그 옹졸한 삼각형 눈이 넘 맘에 안들었다. 쏘렌토는 생긴건 더 나았는데, 왜 안골랐더라... 투싼이나 스포티지는 실용적으로 작진 않지만 왠지 사고 났을 때 한급 위보다 더 위험할 것 같아서 안골랐다.
그래서 GV70으로 결정! GV70은 다 국내 생산인거 같던데 VIN Number가 K로 시작하는 차는 나중에 한국으로 가져가게 된다면 관세도 면제라는 추가 이득이 있다! 이제 트림을 정해야 되는데, 스탠다드-셀렉트-어드밴스드-스포츠프레스티지 순이었다. 스탠다드 vs. 셀렉트는 통풍시트/파노라마썬루프, 셀렉트 vs. 어드밴스드는 서라운드뷰/오디오, 어드밴스드 vs. 스포츠프레스티지 는 외관 변화 가 가장 큰 변화인데 일단 Select 트림까지는 예산 안에 들어와서 Select로 맘을 정했...지만 위에 적은대로 결국 Advanced를 샀다. 근데 미국은 스트릿 파킹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이럴 때 서라운드 뷰 덕을 굉장히 많이 봐서 사실 4천달러 더 낼만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서라운드뷰도 주차장 기둥에 박는건 막지 못했는데... 이건 시간 나면 글을 하나 더 쓰겠다. 짧게 쓰면 플라스틱 범퍼 깨지면 부품비 공임비 합쳐서 3천달러 청구하던데! 자차 보험이 되긴 하겠지만 그냥 서라운드뷰 가지고 조심조심 다니는게 이득인거 같다. 플라스틱만 깨진거여서 그냥 덕테이프로 붙이고 다니고 있다. 별로 티 안남 (이라고 믿고 살고 있음)
그 외: 도로 돌아다니면 제네시스는 진짜 진짜 보기 힘들고, 브랜드 인지도도 정말 낮다. 회사 사람들이 무슨 차냐고 물어보면 이거 제네시스야, 제네시스가 뭐냐면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데, 도요타-렉서스나 혼다-아큐라 같은거야 라고 설명해주는 루틴이 생겼다 ㅋㅋㅋ ㅠㅠ 근데 오늘 출근길에 카디프 그린 인지 암튼 초록색 gv70? 을 봤는데, 내가 깜빡이 켜니까 갑자기 가속하면서 차로 변경 못하게 막길래 기분이 좀 상했다. 이 동네는 웬만하면 들어오라고 감속해주던데 오랜만에 맛보는 고향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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