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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4 요아소비 샌프란시스코 콘서트 후기

기리이이이이인 2024. 4. 27. 23:07

어느 날 지메일의 광고 탭을 눌렀더니 요아소비가 샌프란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내용의 광고 메일이 와 있었다! 난데없이 미국에 웬 요아소비? 라는 느낌으로 찾아보니까 LA 에서 하는 코첼라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샌프란을 찍고 가는 듯 했다. 문제는 콘서트를 4월 21일에 하는데 광고 메일은 4월 15일에 왔다는 점. 당연히 공식 티켓은 다 팔렸고 리세일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미국 티켓 리셀 제발 없애줬으면!

어쨌든 이 귀한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공연장 위치와 가격을 봤는데, The Warfield (https://g.co/kgs/GoJNrfd) 라는 3천석이 안되는 규모의 홀에서 하는데다 해당 홀은 샌프란에서 가장 위험한 블록인 텐더로인 초입에 위치한 곳이었다. 홀의 구성은 계단식인데 가장 아래층은 스탠딩 구역 (General Admission Floor), 중간 층은 지정 좌석, 제일 윗층은 선착순 좌석 (General Admission Balcony) 라는 흥미로운 배치였다. 공연장 리뷰를 보니 주로 중소규모 밴드가 많이 공연하는걸로 보였고, 스탠딩과 무대 사이 거리가 정말 가까워보였다. 가격은 세금/리세일 수수료 전부 포함해서 GA Floor / GA Balcony 가 370 달러 내외, 지정 좌석은 몇군데 안남았는데 좌석에 따라 500 ~ 1000 달러로 잡혀 있었다. 2023년 내한 콘서트 장소였던 고려대 화정체육관 + 티켓 가격 121,000원에 비하면 너무 슬픈 조건이다...

그래서 이걸 갈까 말까 어쩔까 하다가 연말정산으로 돈도 돌려 받는 김에 (원래 내 돈임) 일단 가기로 했다! 일주일도 안남은 시점이니까 왠지 살 사람은 이미 다 샀고 티켓을 처리하고 싶은 리셀러들만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사지 않고 며칠 가격을 지켜보려고 했다. 실제로 며칠간 가격이 계속 떨어졌다. 하루에 10달러쯤? 매일 자기 전이랑 일어나서 한번씩 티켓 가격을 확인하고 떨어질 때마다 흐뭇했는데...

분명히 가격이 잘 떨어지다가 공연 이틀 전 날 갑자기 두배로 뛰었다 어째서???

나중에 알고 보니까 리셀러들 나름대로 취소 기한 같은게 있어서 뭔가 그 기한을 지나면 확 오르는 일이 있다고도 하고, 아니면 몇개 안남은 싼 표가 다 팔려서 그럴 수 있다기도 하고, 아무튼 너무 오래 배짱부리면 이럴 수 있다고 한다. 원래 같은 값이면 앞에서 보고 싶어서 GA Floor 표를 사려고 했는데, 스탠딩은 웬만한 사이트 (axs, ticketmaster, seatgeek, tickpick, stubhub, vividseat, ...) 를 다 뒤져봐도 이미 500 달러를 다 넘겨버렸고 GA Balcony 가 유일하게 세금 수수료 포함 370달러대인 곳이 아직 한 군데 있어서 바로 패닉바잉해버렸다. 신용카드 혜택으로 GA Floor 를 300달러 부근으로 살 수 있었었는데... 마음이 아파서 티켓 가격은 계속 확인해봤는데 패닉바잉한게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 가격이 다시 300달러대로 떨어지진 않더라.

그 다음에 결정해야 할 것이 어떻게 갈 것인지인데, 크게 대중교통으로 갈지와 자차로 갈지를 선택해야 한다. 근데 애초에 샌프란은 자동차 유리창 깨지는게 무서워서 내 차를 안 끌고 가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MoMA 주차장이 그나마 안전해보였지만 콘서트가 오후 8시에 시작하는데 주차장 운영시간은 오후 11시 까지여서 그냥 갈 때는 칼트레인을 타고 올 때는 우버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점심 때 약속이 있었어서 오후 6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입장대기줄이 정말 길었다. 줄이 건물이 있는 블록을 한바퀴 둘러버릴 정도? 심지어 굿즈 구매줄 / VIP 티켓 줄 / 빠른 입장 줄 (유료) / 그냥 입장 줄 이렇게 줄도 여러개여서 헤매는 사람이 많았다. 다행인건 사람이 굉장히 많고 + 홈리스가 거의 안보여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floor 티켓을 샀어도 어차피 맨 앞에서 보기는 무리였겠다. 간이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아 있는 사람도 꽤 있었는데, 공연장 안에 짐 보관소가 있어서 가능한듯 하다. 근데 그냥 지정 좌석을 샀으면 줄 설 필요 없이 시작 시각 맞춰서 올 수 있으니 훨씬 나은듯..

한시간 반정도 기다린 끝에 입장했다!

간단한 코트 체크를 하고 들어가니 이상한 선글라스 같은걸 나눠줬는데, 알고 보니 3D 안경이었다. 안에 들어가니 이미 선착순 좌석이 꽤 차 있었고, 거의 맨 뒷 블록의 중앙 구역 정도에 앉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공연장이 꽤 작아서 뒤에 앉아도 육안으로 스테이지를 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밖에서 서서 줄 선 다음에 다시 스탠딩에서 몇시간 서 있는거보다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앉은 자리의 뷰는 이런 정도였다.

특이한게 여기는 공연 사진 찍고 녹화하는걸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셋리스트는 LA 에서 한 콘서트 (코첼라 말고 단독) 랑 거의 같은 것 같았는데, 세븐틴으로 시작해서 아마도, 좋아해 같은 노래를 좀 앞쪽에 배치했다. 이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한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たぶん, 好きだ) 들은 다 초반부에 몰려 나와서 남은 공연은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볼 수 있었다. 중간에 미스터 부터인가? 3D 안경을 착용하라는 안내가 나왔고, 그 뒤부터 나오는 노래는 스크린에 나오는 자막이나 효과가 다 입체적으로 보였다! 츠바메에서는 입체 제비가 날아다니고, 비리비리에서는 픽셀 게임 도트 같은게 보이고 상냥한 혜성에서는 별들이 떠다니는 효과인 식이었다. 그 뒤에는 다시 안경을 벗었다.

잠깐 멘트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야세가 please repeat after me 라고 하면서 곤방와, 하지메마시떼, 하라헷땅고 삼연타로 개그를 쳤다. 근데 사실 세번째건 공연 도중에는 뭔 뜻인지 몰라서 ...? 이러고 있다가 공연 끝나고 merchandise 구매 대기줄에 같이 서있던 일본인들한테 물어보고 나서 드립친 거란걸 알게 되었다. 짧은 멘트 시간이 끝나고 아이돌을 했고, 아니나다를까 제일 호응이 컸다. 랩하는 부분을 실제로 들으니까 진짜 신기했다 폐활량이 어떻게 되는거지? 그 다음에는 군청을 했는데... 이쿠라가 후렴구에서 떼창 유도를 했지만 잘 호응되지 않아서 슬펐다 ㅠㅠ 한국이었으면 엄청 잘 됐을 것 같은데... 이어서 나온 하트비트에서도 노래 알면 따라불러요~ 를 했는데 군청도 안되는데 하트비트가 될 리가 없었다.

그 뒤로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같이 무대 인사를 하고 퇴장했는데, 밤달을 안하고 나간 시점에서 누가 봐도 앵콜 요청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ㅋㅋ 미국에서는 one more song! 이라고 외치더라. 그래서 다시 들어와 밤달 부르고 공연은 마무리. 총 시간은 90분 정도로 기대한 것보다 짧아서 아쉬웠다. 전곡을 다 불렀어도 3시간 안 될 것 같은데... 아이유 콘서트가 사람 눈높이를 너무 올려둔 것 같다.

끝나고 나서 나가는 길에 아까 못산 merchandise 를 팔길래 사람들 빠지는 것도 기다릴 겸해서 줄을 섰다가 한시간 넘게 기다려서 제일 무난한 검은 티셔츠를 하나 샀다. 저번에 펜타포트 가서 사온 것도 집에서 잘 입고 있는데 그냥 이렇게 공연 갈 때마다 잠옷용 티셔츠 하나씩 모으는 것도 꽤 재미있다. 그렇게 티셔츠를 사고 오후 11시 넘어 공연장 밖을 나오니까 바로 맞은편에 낮에는 없던 홈리스가 잔뜩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텐더로인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한두블럭도 걸어가기 힘들어보였다. 무서워서 공연장 바로 앞까지 우버를 부른 다음, 우버가 오는 것까지 확인하고 뛰어서 얼른 타고 집으로 다행히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기타 후기로는 관객들은 역시 대부분이 아시안이었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아서 GA 발코니 석이 꽤 괜찮은 옵션이었고, 가까이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 다음에 다른 관심 있는 가수나 밴드가 공연하러 오면 다시 가봄직한 것 같다. 다만 누굴 데리고 갈 수 있느냐? 라고 하면 그건 좀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찾아보니까 예전에 데이식스도 똑같은데 한번 공연하러 온 것 같던데 또 오면 또 갈 의향이 있는 정도.

공연을 핑계로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어서, 다음엔 기회가 되면 아예 아이묭이나 요루시카 콘서트를 보러 일본을 가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쪽은 또 예매 장벽이 굉장히 높아보였지만, 어차피 이런 동기가 있어야 여행을 가는 거고 재밌자고 하는 일이니까 스트레스 안받는 선에서 시도해볼까 싶다! 7월에 있는 아이유 오클랜드 콘서트는 더 재밌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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